<난설헌>
저자 : 최문희 / 출판 : 다산책방
덜 마른 빨래를 손다림질하는 어머니 김씨 곁에서 초희가 익힌 것이 있다면 삶의 구김새도 숯불 다림질이 아닌 맨손으로 곱게 매만질 수 있다는 손다림질의 지혜였다. 사람이 사람을 다스리고 부릴 때도 손다림질의 온기로 다독이라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가르침이라고 초희는 알아들었다.
"소헌이라고, 아버님께서 굳이 이름을 지어야 한다면 그 이름밖에 없다 하시는 말씀 들었소 "
이렇게 사그라지는 건가, 얼마나 덧없고 속절없는 인생인가, 누이의 나이 스물일곱, 아직은 꽃다운 시절인 것을...... 오열이 목구멍을 타고 넘는다. |
최근에 허난설헌의 일생에 대한 영상을 보았었다
허난설헌하면 떠오르는 건 허난설헌, 시, 여류시인, 허균, 홍길동 정도였다
허난설헌의 이름이 머릿속에 익어 있을 뿐,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그다지 없었던 것이다
영상을 보면서 허난설헌의 가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초당 허엽, 허봉, 허균, 김성립, 그녀의 두 아이들...
그저 시대를 잘 타고나지 못한 아까운, 비운의 여류시인.
그것이 내 머릿 속의 그녀였다
<난설헌>을 읽으며 차디찬 외로움 사이를 난설헌과 함께 걷는 듯 했다
그저 책을 읽고 허난설헌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기보다 조선시대의 여성들이 겪었을 일들을 체감했다
여성에게는 이름조차 지어 주지 않았던 그 때에.
허난설헌은 본인의 딸에게 '소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지만, 그 일로 시부모의 꾸중을 들어야했고
아이의 생일조차 챙길 수 없었다
시어머니가 고의적으로 괴롭혀도, 친정에서 부리던 계집이 작정을 하고 서방을 꼬여내도
못 들은 척, 못 본척 그렇게 지낼 수 밖에 없었다
글에서 난설헌은 '그미'라고 표현된다
그미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아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보면 볼 수록 아름다운 말로 마음에 남았다
시어머니가 초를 밝히는 것으로 타박하여도 불을 밝히고 앉아 붓을 놓지 않았던
그미의 촛불은 그녀가 없는 별당에서
혹은 어딘가에 있을 그녀의 혼 앞에서
영원히 밝게 꺼지지 않는 빛을 비추고 있을 것만 같다
그녀의 작품이 남아 있지 않은 것도 유언으로 작품을 모두 태워달라 했다 들었다
아마 종이에 남겨진 글들은 없지만, 그미와 함께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듯 하다
한때 나는 '아름다운 여인'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고 싶었다.
시대를 건너뛰면서 두리번거리다가 조선의 시인 난설헌에게 머물렀다.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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